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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美中 新냉전시대②]中 'AI 굴기' 꺾으려…美 자국 기업까지 옥죈다
    입력 2025.04.24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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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 ]

편집자주세계가 '신(新)냉전의 시대'를 맞았다. 수십년간 라이벌이자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 왔던 미국과 중국이 서로의 안보와 경제를 위협하며 창끝을 턱 밑에 들이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사실상 무역 금수 조치 속에 경제 전쟁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약 43%를 차지하는 양국의 경제 탈동조화(디커플링)는 이미 진행 중이다. 더 나아가 양국 갈등은 공급망과 플랫폼·기술·외교 등을 포함한 전방위적 전면전으로 확전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 관계 파탄으로 새로운 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며 "경제적 관계가 틀어지면서 향후 수년간의 전반적인 세계 안보와 경제적 안정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본지는 군사, 기술, 경제 부문에서 펼쳐지고 있는 두 강대국의 패권 전쟁 실태와 파장 등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미국의 철통 봉쇄를 뚫고 중국이 전략 분야에서 기술력 확보를 시도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때부터 중국의 첨단 기술 접근을 막으며 우위를 선점하려 했지만, 중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인공지능(AI) 딥시크는 지난 1월 전 세계에 '딥시크 쇼크'를 안겼다. 중국 패권 약화를 위해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전쟁을 선포하기도 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기술 굴기'를 꺾기 위한 전면전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자국 기업 피해도 불사…'딥시크 쇼크'에 中 AI 철통봉쇄

미·중 기술 전쟁의 가장 치열한 전장은 AI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반도체 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엔비디아, AMD, 인텔 등 자국 기업의 대중 AI 칩 수출 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기존엔 판매를 허용하던 엔비디아의 H20 같은 저사양 칩까지도 수출길을 막았다. 딥시크에서 AI 개발에 사용한 칩 중 수출 제한 품목에 해당하는 칩이 상당수라 파악해 엔비디아의 아시아 판매 네트워크까지 샅샅이 뒤져보고 있다. 이 같은 양상은 중국 견제를 위해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고도 애플 등 자국 기업의 우는 소리에 한발 물러섰던 1기 행정부 때와는 다르다. 미 정부의 규제 강화로 엔비디아는 1분기에만 약 55억달러(약 7조8579억원) 손실을 볼 것으로 추정되지만, 자국 기업의 피해까지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중국에서는 우회로를 통해 AI 칩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체 역량 강화에도 나섰다. 미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레거시칩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이 세계 시장의 24%를 차지한다.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으로는 딥시크에 앞서 화웨이가 있었다. 미국의 견제로 고사양 칩 확보가 불가능해지며 한때 주저앉았지만, 자체 설계한 스마트폰용 칩을 상용화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겨주며 부활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화웨이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엔비디아의 H100 칩과 맞먹는 성능의 어센드 910C AI 칩을 대량 출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H20 칩은 미국 정부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를 피해 H100 대비 성능을 약 75% 하향한 제품인데, 이대로라면 엔비디아의 중국용 칩을 웃도는 성능이다.

폴 트리올로 올브라이트 스톤브릿지 그룹 파트너는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 H20 수출 규제를 단행한 상황에서 화웨이 910C가 중국의 AI 개발자들의 주요 하드웨어로 떠오른다고 말했다. 전 세계 AI 칩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엔비디아에서 벗어나 자립을 시도하는 것이다.

좁혀지는 美中 기술 격차…전기차·조선 분야선 中 1위

미·중 간 기술 격차는 좁혀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발간한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기준 미국과 중국의 AI 모델 수는 각각 40개, 15개로 아직 차이가 상당하다. 그러나 성능 면에서는 격차를 바싹 좁혔다. 2023년 기준 미국과 중국의 AI 성능 지수 차이는 17~30%포인트에 달했지만, 2024년엔 0.3~8.1%에 불과하다. 비록 최상위권 논문에선 아직 미국이 우세하나, AI 관련 논문 인용 비중에서는 중국(22.6%)이 미국(13%)을 앞섰다.

조지타운 대학 신흥기술관측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8~2023년 영어로 반도체 관련 연구를 가장 많이 발표한 상위 10개 기관 중 9곳이 중국에 위치했다. 인용 수 기준 상위 10%에 해당하는 논문 중 가장 많은 논문을 보유한 상위 10개 기관 중 8곳도 중국 대학들이다.

올해로 10년을 맞은 중국 시진핑 지도부의 '중국제조 2025'의 성과도 상당하다. 이를 통해 전기차, 조선 분야에선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우주개발과 태양광 등에서도 비약적인 기술 발전을 이뤘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평가했다.

특히 닛케이는 전기차에 주목했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의 전통 강자들을 따돌리고 세계 전기차 업계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공급망도 강화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의 경우 닝더스다이(CATL·37.9%), 비야디(BYD·17.2%)가 각각 세계 시장 점유율 1, 2위, 중창신항(CALB·4.4%)이 4위에 올랐다. 이들 세 업체 점유율을 합하면 약 60%에 달한다.

닛케이는 "미국은 수입차에 관세를 부과해 자국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지만, 중국의 경우 전기차 브랜드가 난립하면서 업체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격과 품질 등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는 중국이 규모와 경쟁력에서 미국을 앞지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기술 '사다리 끊기'서 자원·인재 '전면전'으로 격화

트럼프 1기와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미·중 기술 경쟁 구도는 앞서가는 미국이 후발주자인 중국의 사다리를 일방적으로 끊어버리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트럼프 2기 전쟁의 양상은 다르다. 자신감을 확보한 중국이 역공을 시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일 자국산 중희토류와 희토류 자석 등 7종의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했다. 희토류는 반도체·전기차부터 방산,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인다. 희토류와 관련 기술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중국은 희토류 생산의 70%, 제련 공정의 90%를 틀어쥐고 있다. 자원 무기화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희토류 수출 규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절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까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인재 잡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 인포메이션은 지난달 중국 정부가 기술 유출을 우려해 딥시크 직원들의 여권을 압수하고 해외여행을 금지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자국 AI 기업 주요 인력의 미국 및 미국 동맹국 방문을 사실상 금지했다.

미국 등 서방에서 활동 중이던 중국 인재들의 귀국 행렬도 눈에 띈다. 지난 12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최근 미국 명문대 퍼듀대학의 부부 교수인 수학자 천민과 그의 남편 션제는 닝보 둥팡이공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전기차, 로봇 공학, 물리학, AI 등 인재들이 중국행을 택했다.

과거엔 주로 대학교수에 집중됐다면, 최근엔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출신들도 중국행을 택한다. 애플 수석 엔지니어 출신 쿵룽은 지난달 중국 상하이 푸단대 연구원 겸 박사과정 지도 교수로 합류했다.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는 지난 2월 우융후이 전 구글 딥마인드 부사장을 영입하기도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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