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전쟁을 펼치는 중국을 향해 연일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관세발(發) 금융시장 혼란으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對)중국 관세 인하를 시사하자 다음 날인 23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미·중 '빅딜'과 함께 양국이 관세를 동시에 내릴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동안 '강 대 강' 대치로 교착 상태에 놓였던 미·중 무역 협상이 진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워싱턴 D.C.에서 열린 국제금융연구소(IIF) 대담에서 "미·중 양국에 빅딜 기회가 있다"며 "그들(중국)이 (무역) 재균형을 원한다면 함께 하자"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무역 재균형을 돕기 위해 100개국 이상이 우리에게 접근했다"며 "우리는 의미 있는 논의를 하고 있다. 중국 등과의 논의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는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미·중 무역 전쟁 한복판에서 양국이 포괄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미·중 관세 전쟁이 지속 불가능하며 "아주 가까운 미래에 상황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날 발언에 이어 이틀 연속 내놓은 유화적인 메시지다. 관세 전쟁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양국 긴장을 완화해 시장 불안을 달래고, 중국을 무역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도 중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과 적극적으로 협상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게 적극적"이라고 답했다. 중국과 합의를 만들고 있냐는 질문에는 "그것은 공정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엔 대중 관세 인하를 처음으로 언급했다. 그는 중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관세율) 145%는 너무 높다.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2기 집권 후 부과한 대중 추가 관세율을 현재 145%(펜타닐 관세 20%+상호관세 125%)에서 절반 이상 낮춘 50~65%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국가 안보 위협 여부를 기준으로 품목에 따라 대중 관세를 차등 부과하는 방안도 살펴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같은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참모진은 미·중 무역 협상 전 대중 관세 인하 필요성을 언급하며 양쪽이 모두 인하하는 방식이 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 베선트 장관은 IIF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관세 인하를 제안했느냐는 질문에 "전혀 없었다"면서도 "여러 차례 말했듯 현 관세 수준은 양쪽 모두에 지속적이지 않다. 그래서 양쪽이 상호적인 방식으로 관세를 인하하더라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미국과 중국이 동시에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도 같은 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에 대한 일방적 관세 인하는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미·중 동시 관세 인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온건한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초고율 관세를 상호 인하하자고 사실상 제안하면서 미·중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초 미국은 중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50%로 책정했지만, 베이징이 보복관세로 맞서자 두 차례 재보복 조치를 통해 상호관세율을 최종 125%까지 올렸다. '펜타닐 관세' 20%를 포함해 총 누적 관세는 145%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향해 온건한 메시지를 거듭 발신하고, 대중 관세 인하 조치까지 예고하자 중국 외교부도 "싸운다면 끝까지 맞서 싸우되 대화의 문은 활짝 열려 있다"며 미국과의 무역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WSJ는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화요일 발언이 그가 (대중) 정책을 접으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며 "미·중 양국이 합의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지난달과는 매우 다른 변화"라고 진단했다.
다만 미국과 중국이 관세율을 WSJ가 보도한 최저 50% 수준으로 낮춰도 여전히 초고율이라, 빅딜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양국 무역이 사실상 단절된 현 상황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뉴욕(미국)=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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