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낙관론을 부각하고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해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주가가 급락하고 미 국채와 달러 매도 등 '셀 아메리카' 행렬이 이어지자 다급해진 트럼프 대통령이 전향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발언 이후 시장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일제히 2% 넘게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폴 앳킨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임명식에서 취재진과 만나 145%에 달하는 대중(對中) 관세에 대해 "매우 높다"고 인정하면서 협상을 하게 되면 "그 정도로 높게 있지는 않을 것이며,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제로(0%)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 강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 관세전쟁이 협상 결과에 따라 해빙 국면에 들어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대중(對中) 협상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무역 협상을 이끄는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도 중국과의 무역 협상에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낙관론에 힘을 실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이날 JP모건이 비공개로 주최한 투자자 행사에서 관세로 인한 중국과의 교착 상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으며 상황이 완화(de-escalation)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시장 불안을 부추겼던 파월 의장 해고 추진설에 대해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해임할 의도는 없다"면서 "그가 금리 인하 아이디어에 좀 더 적극적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보장할 것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다만 Fed의 금리 인하를 또 촉구했다. 그는 식료품 등 물가가 내려갔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Fed는 금리를 내려야 한다. 지금이 적기"라면서 "우리는 Fed 의장이 늑장이 아닌 조기에 하는 것을 바란다"고 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을 향해 '패배자'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너무 늦는 남자)'라는 원색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금리를 내리라고 다그쳤다. 지난 17일에는 "내가 그(파월 의장)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빠르게 그만둘 것"이라며 사퇴를 압박했다. 이에 대해 파월 의장은 자신의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라고 거듭 말하며 관세 영향을 확실히 확인한 뒤 금리 경로를 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은 '관세 폭격'에 따른 후폭풍으로 미국 주식, 국채, 달러 가치가 트리플 약세를 보이자 이를 수습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또다시 금리 인하를 재촉하며 파월 의장과 각을 세우자 시장은 움츠러들었다. 관세 정책 불확실성에 통화정책 개입 시도 우려까지 겹치며 주식은 물론 안전자산인 국채와 달러까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달러 가치는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마크 스핀델 투자운용사 대표 및 Fed 독립성 역사 공동 저자 마크 스핀델은 "그(트럼프 대통령)는 눈치를 챘다. 파월 의장을 해임하는 것은 치명적인 자책골이 될 것"이라며 "Fed의 독립성이 훼손되면 중앙은행이 자율적으로 금리를 설정할 수 없다는 투자자들의 우려로 가계, 기업, 정부의 차입 비용이 급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낙관론과 함께 Fed 독립성 침해 논란이 봉합되면서 이날 뉴욕증시는 반등 마감했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다우지수)는 전장보다 1016.57포인트(2.66%) 오른 3만9186.98에 장을 마감했다. S&P500지수는 전장보다 129.56포인트(2.51%) 오른 5287.76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전장보다 429.52포인트(2.71%) 오른 1만6300.4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해임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중국에 대한 관세가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해 최근 백악관의 강경한 조치로 불안해하던 투자자들에게 안도감을 줬다"고 분석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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