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차 25% 관세 부과로 현대차와 기아의 올해 영업이익률이 1.8%포인트 감소할 수 있다는 신용평가사 분석이 나왔다. 다만 이러한 관세 여파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발 수입차 관세는 오히려 부품사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진단됐다.
성호재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실장은 24일 오후 무디스·한신평 공동 세미나에서 "2분기부터 미국의 25% 관세 부과가 현대차·기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보수적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1.8%포인트 낮게 나타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자동차 부문을 기준으로 한 두 회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지난해 24조1000억원에서 올해는 관세 영향으로 5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판매한 완성차는 총 171만대다.
성 실장은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매출비중은 2018년 33%에서 2024년 44%까지 확대됐다"면서 "판매량 중 3분의2, 67%가량이 관세 리스크에 노출돼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현재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등 대부분의 완성차업체가 현지 판매물량의 30~5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25% 관세에 따른 미국 내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 이는 미국 내 완성차 수요 위축은 물론, 업권 전반의 실적 저하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고환율,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 증가 등은 관세발 부정적 여파를 일부 상쇄하는 요인으로 손꼽혔다. 성 실장은 "개선된 판매 믹스와 고환율 영향으로 현대차·기아가 여전히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면서 최근 공개된 현대차그룹의 메타플랜트 증설이 완료된 후 대응능력은 더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신용도 측면에서도 그는 "경쟁사 대비 높은 기초체력 등을 바탕으로 신용도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트럼프발 수입차 관세는 완성차 업체엔 '감기' 수준에 그치는 반면 부품사엔 '독감' 수준의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됐다. 성 실장은 "부품사는 외부환경을 견뎌낼 버퍼가 부족한데다, 완성차에서 고통 분담을 요구할 경우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클 것"이라며 "미국으로 생산 이전을 할만한 재무 역량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생산시설 가동률, 수출처 조정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이 완성차보다 더 크다고 진단했다.
이날 '현실화된 트럼프발 관세정책, 글로벌 경제 및 국내외 주요 산업별 영향'을 주제로 한 공동 세미나에서는 자동차 외에도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등의 수출 산업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원종현 실장은 "반도체 관세 조치가 장기화할 경우 구조적 가격 경쟁력의 저하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업체 간 상대적인 가격경쟁력 저하폭은 낮아 신용도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대한 반작용으로 중국 메모리업체의 성장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을 국내 업체들의 잠재적 리스크로 꼽기도 했다.
이미 관세 부과의 실질적 영향 하에 들어간 철강산업의 경우, 경쟁여건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안희준 실장은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강관업체 중심으로 위험에 노출됐다"면서 "수출품목이 고수익 에너지용 강관에 집중돼 대응 미흡 시 수익성 약화가 부각될 것"이라고 짚었다.
이 밖에 2차전지와 관련해 성 실장은 "미국 현지에 생산 기반을 구축한 만큼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다"면서도 "기초체력이 이미 약해진 상황에서 대응, 재무부담 통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관세 영향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 후퇴가 현실화할 경우 2차전지 업체들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경계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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