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 ]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 회장은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인공지능(AI) 기본법을 3년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을 23일 밝혔다. 또한 그는 새 정부에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며 "법만 만들면 해결된다는 막연한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인기협 대회의실에서 '2024 인터넷산업규제 백서' 발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2000년에 설립된 인기협은 구글코리아, 네이버, 카카오, 쿠팡, 넷플릭스서비시스코리아, 메타 등 다양한 국내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을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다.
올해로 4번째 발간한 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인터넷산업 매출액은 전년 대비 7.2% 증가한 632조원, 인터넷산업 종사자 수는 같은 기간 13.5% 증가한 200만명을 기록했다.
2020년 6월부터 4년 동안 지속된 21대 국회 임기 동안 발의된 인터넷 산업 규제 관련 입법안은 총 492건에 달했다. 발의된 법안 10건 중 8건은 임기 만료로 폐기돼 법안의 내실은 부족한 것으로 인기협은 평가했다.
특히 박 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AI 기본법에 대해 "AI 산업 진흥 기반이 되는 근거법을 만든 건 감사하지만 규제가 걱정된다"며 "3년 유예를 주장해왔고, 최근에는 3년 유예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정부가 시행령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 중으로, 그걸 보고 판단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AI 생성물에 대한 워터마크 표시 의무제를 일례로 들었다. 그는 "짧은 분량의 AI 음성 콘텐츠에 안내 표시 멘트가 10초를 차지한다거나, AI로 만든 아름다운 영상물에 안내 표시가 큰 글자로 실리면 어떻겠나"라며 "딥페이크 때문에 전체 AI 결과물에 표시하는 건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예외를 두거나 법 적용 범위를 정하는 방안을 요청할 것"이라며 "유럽의 동향을 보는 것도 방법이다. 법이 유예된다면 좋을 순 있지만, 현 상태에서 유예만 되는 게 좋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새 정부에 바라는 점을 묻자 그는 "정치인들은 좌우 논쟁에서 벗어나 산업과 일치단결해서 나갔으면 좋겠다"며 "규제가 능사는 아니다. 법만 만들면 해결된다는 막연한 사고는 버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최고경영자(CEO) 처벌 규정도 5000개가 넘고, 행정 명령도 5000개가 있다"면서 "그동안 선진국을 쫓아갔다면 이제는 선진국을 지도할 수준의 한국만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회장은 적절한 규제 수준에 대해선 '자유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민의 집단지성이 사회적 균형을 맞춰나간다는 믿음이 있다"며 "입법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고, 소비자가 경쟁 구도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이 경쟁하고, 소비자 후생을 자극할 수 있는 선순환적인 좋은 정책은 뭘지 협회 입장에서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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