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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자원 빈국서 세계 1위 일군 최창걸...아들 최윤범, ‘고려아연 정신’ 잇는다
    윤남웅 기자
    입력 2025.10.0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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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사진=고려아연] 

[중앙이코노미뉴스 윤남웅] 한국 비철금속 산업의 산증인인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6일 별세했다. 향년 84세.

반세기 넘게 고려아연을 이끌며 ‘세계 1위 제련기업’으로 성장시킨 그는 한국 산업사에서 보기 드문 ‘현장형 경영자’이자 ‘기술 중심의 실천가’로 평가받는다.


50년 제련 외길…자원 불모지에서 세계 정상까지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최 명예회장은 1974년 부친 고(故) 최기호 초대 회장과 함께 고려아연을 창립했다.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그는 귀국 직후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맞춰 제련사업에 뛰어들며 산업 불모지였던 국내 비철금속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다.

최 명예회장이 세운 온산제련소는 자금과 기술, 경험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된 ‘불가능한 도전’이었다. 당시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는 사업에 7000만달러가 필요하다고 봤지만 그는 “5000만달러로 해낼 수 있다”며 직접 설득해 자금을 확보했다. 대형 건설사 대신 소규모 전문업체 수십 곳과 직접 계약해 공사를 진행했고 결과적으로 4500만달러에 완공했다.

그의 과감한 판단은 ‘신의 한 수’로 불리며 이후 고려아연의 독자적 기술력과 비용 절감 시스템의 토대가 됐다.


“개혁보다 변화가 중요하다”…기본에 충실한 정도경영


최 명예회장은 경영 내내 ‘기본에 충실한 경영’을 강조했다. 그는 생전 “혁신이나 개혁은 이미 늦은 것이다. 매일 조금씩 발전하면 큰 개혁은 필요 없다”고 말하곤 했다.

1990년대 초 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도 ‘정도경영’과 ‘기술 중심 경영’을 원칙으로 삼아, 온산제련소의 증설과 호주 SMC 제련소 설립, DRS공법 도입, LME(런던금속거래소) 등록 등으로 세계 제련 시장의 표준을 새로 썼다.

그는 제련 산업의 ‘공해업종’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친환경 기술 개발에도 앞장섰다. 아연 잔재를 시멘트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상용화해 폐기물 문제를 해결했고, 자원 순환형 친환경 공정을 구축하며 ESG경영의 선구자로 평가받았다.

‘고려아연은 임직원 모두의 회사’라는 그의 신념은 독특한 노사 문화를 만들었다. 구조조정이나 명예퇴직 대신 상생과 협력을 선택했고, 그 결과 38년 무분규·102분기 연속 흑자라는 기록을 남겼다.

IMF 외환위기 당시에도 단 한 명의 해고 없이 회사를 지킨 일화는 지금까지 업계의 교본처럼 회자된다.

최 명예회장은 ‘사람이 기업의 미래’라는 철학을 평생 실천했다. “손에 쥔 재산은 잃을 수 있지만 머리에 든 재산은 잃지 않는다”는 부친의 가르침을 이어받아 장학사업과 직원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꾸준히 확대했다.

1981년 명진보육원 후원을 시작으로 아동복지와 교육 분야에 힘을 쏟았고, 임직원 기본급 1%를 기부하는 ‘고려아연 나눔운동’을 도입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이름을 올렸으며, 부인 유중근 전 대한적십자사 총재와 함께 사회공헌을 이어왔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와 계열사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온산제련소와 계열사 공장을 시찰하는 모습.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은 직원 모두의 회사”…철학 잇는 최윤범 체제


2002년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뒤에도 그는 회사의 자문역할을 맡으며 첨단 기술 개발과 자원재활용 연구를 이어갔다. 그의 ‘현장 중심 철학’은 현재 경영을 맡고 있는 장남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 회장은 아버지의 철학을 계승해 ‘트로이카 드라이브’로 불리는 3대 신사업(신재생에너지·이차전지소재·자원순환)을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전략광물 공급망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7조6582억원, 영업이익은 53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 회장은 창립 51주년 기념사에서 “고려아연은 위기를 함께 견뎌온 공동체”라며 “서로를 나침반 삼아 새로운 도약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재계는 최 명예회장의 별세를 두고 “한 시대를 상징한 경영인의 퇴장”이라 평가하고 있다.

그는 자원 빈국에서 세계 제련 강국을 일군 개척자이자, 기술과 사람, 신뢰로 회사를 키운 ‘정도경영의 표본’으로 남았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이 일궈낸 도전정신과 원칙은 앞으로도 고려아연의 성장 DNA로 남을 것”이라며 “그의 철학이 이어지는 한, 고려아연의 역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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